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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지각과정: 지각 조직화, 하향처리

by PhotoJA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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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과정: 지각 조직화, 하향처리

  이제 감각수용기에서 수용된 정보에서 어떻게 물체의 정체, 위치, 움직임 등을 알게 되는지 살펴보자. 정보를 조직화하고 구성하는 것은 지각의 모든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 지각 조직화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감각 정보들을 더 큰 덩어리로 집단화해 자각하는 지각집단화 현상과 이렇게 집단화한 덩어리 중에서 한 부분을 물체로 보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보는 전경-배경 분리 현상에서 잘 드러난다.

1. 자각 집단화와 전경-배경 분리

   (1) 지각집단화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본다는 것은 하나의 통합된 물체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시각 수용기 세포는 그 물체의 매우 작은 부분에만 반응한다. 따라서 같은 물체에 대해 반응한 많은 수용기 세포들의 활동을 하나로 묶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원리들을 지각집단화(perceptual grouping)의 원리라고 한다. 이를 강력히 주장한 학자들이 게스탈트 심리학자들인데 이들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며 우리는 부분을 먼저 지각하고 전체를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먼저 처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럼 지각집단화의 원리들에 대해 살펴보자.

  • 단순성(simplicity): 단순성의 원리란 여러 가지 가능한 형태 중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지각한다는 원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래 그림을 팩맨 형태와 사각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각형 뒤에 겹쳐진 원으로 볼 것인데 그 이유는 사각형과 팩맨이라는 해석보다 사각형과 원이라는 해석이 단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순성 원리는 좋은 형태의 원리라고도 하는데 게스탈트 심리학자들은 좋은 형태 원리가 지각집단화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라고 주장한다.
  • 근접(proximity): 감까이 있는 요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다는 원리이다.
  • 유사성(similarity): 형태나 색이 유사한 요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다는 원리이다.
  • 닫힘(closure): 연결되지 않은 형태들로 보지 않고 연속된 형태로 본다는 원리이다.   

    집단화의 원리로 제안된 것은 이외에도 무척 많다. 지각집단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지는 지각 요소들을 낱개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하나의 단위로 묶어 처리한다는 점이다.

 

   (2) 전경-배경 분리
   
지각이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특징은 전경-배경 분리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경-배경 분리란 자극의 일부분을 물체, 즉 전경으로 보고 나머지 부분은 배경으로 보는 조직화의 결과이다. 전경-배경 분리는 두가지 이상으로 해석되는 가역적 형태를 이용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역적 형태를 무엇으로 보는가는 조직화의 결과이다.
    가역적 형태의 예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루빈의 컵]이다. 루빈의컵 그림은 어떤 때는 포도주 잔으로 보이지만 어떤 때는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옆면 얼굴로 보인다., 여기서 그것이 컵이든 사람의 얼굴이든 물체로 보는 부분을 전경(figure)이라고 하고 나머지 부분을 배경(ground)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자신들이 물체로 보는 부분은 윤곽선이 있다고 보지만 배경으로 보는 부분은 물체 뒤에서 계속 연장되어 있다고 생각해 윤곽선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지각 조직화를 전경-배경 분리라고 한다.

 

2. 상향처리와 하양처리
 
사람들이 물체를 지각할 때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감각정보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대상에 관한 지식, 자극이 제공되는 맥락 등도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 감각정보에 의해 지각이 일어나는 처리를 상향처리(bottom up process)라고 하고 일반적인 지식이나 자극이나 자극이 주어진 맥락 등의 영향을 받아 지각이 일어나는 처리를 하향처리(top down process)라고 한다.
  지각이 맥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파머의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 파머는 신체 부위의 윤곽 그림을 보여 주고 그 그림이 무엇인지 대답하게 하였다. 부분 조건 (a)에서는 해당 부위의 윤곽 그림만 주었고 맥락 조건 (b)에서는 얼굴 전체의 윤곽 그림을 주었다. 얼굴이라는 맥락이 주어진 맥락 조건에서는 각 부분들을 매우 쉽게 알아보았으나 맥락이 없는 부분 조건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각에서 하향처리가 일어난다는 것은 말 지각에서도 잘 드러난다. 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옆 사람이 재채기를 하면 재채기 소리에 가려 단어의 일부분은 들을 수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경우, 친구가 한 말을 알아듣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 상황에서 나올 단어가 무엇인지 예상되기 때문에 하향처리를 한다.

 

대상인식, 깊이지각, 운동지각

1. 대상인식
  대상 인식 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접근법은 인간의 인지과정을 몇 단계로 나누너 설명하는 정보처리 접근법인데 대상 인식에 대해 몇 가지 모형들이 제안되었다. 초기에는 감각정보에서 물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세부특징(feature)을 추출한 다음, 어떤 세부특징들이 있는가를 토대로 물체의 정체를 파악한다는 세부특징 분석모형(feature analysis model)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글자 지각과정에 관해 셀프리지가 제안한 모형이 대표적인데 이 모형에서는 망막에 맺힌 상에서 세부특징을 추출한 다음, 어떤 세부특징이 있는지를 파악하면 글자의 정체를 알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예를 들어 영어 대문자 L을 보면 수직선 하나, 수평선 하나 그리고 직각 하나라는 세부특징을 추출할 수 있는데 이 조합은 다른 어떤 글자보다 영어 대문자 L과 가장 일치하므로 L로 재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글 지각에서도 세부특징 분석모형들이 제안되었다. 세부특징 분석모형은 글자나 도형과 같은 2차원의 형태 재인에는 적합한 모형이지만 3차원의 물체 지각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비더만은 3차원 물체의 정체를 신속히 파악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성분재인이론(recognition by components theory, RBC theory)을 제안하였다. 비더만은 3차원 형태의 기본 단위를 지온(geon)이라고 명명하고 물체들은 어떤 지온들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조합되어 있는지로 표상하면 된다고 가정하였다. 그는 직육면체, 원기둥, 고리 등 36개의 물체를 지온으로 상정하였는데 지온들을 조합하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물체들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성분재인이론에서는 부분적인 정보로도 물체를 지각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물체를 구성하는 지온 중에서 3~4개만 제공되어도 물체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원리도 제안하였다.

 

2. 깊이지각
  우리는 물체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도 지각한다. 공간적인 위치파악에 관한 연구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망막에 맺힌 상은 2차원이네 우리는 3차원을 지각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에서는 3차원 지각을 깊이지각(depth perception)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심리학자들은 3차원에 관한 정보를 알려 주는 깊이단서가 있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이 단서들로부터 깊이지각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깊이단서는 크게 양안단서, 단안단서, 운동단서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두 눈에서 오는 단서인 양안단서가 3차원 지각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로 꼽히는데 대표적인 양안단서가 양안부등이다. 물체와의 거리에 따라 두 눈에 맺히는 상이 다른 양안부등(binocular disparity)의 정도가 다르므로 이 정보를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판단할 수 있다. 양안부등은 입체영화의 기본 원리이다.
  깊이지각은 한쪽 눈만으로도 가능하다. 눙병 때문에 한쪽 눈에 안대를 했을 경우, 불편하긴 하지만 어떤 물체가 앞에 있는지 판단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 이렇게 한쪽 눈에 들어오는 정보로 깊이에 대해 알려 주는 단서를 단안단서 또는 그림단서라고 부른다. 단안단서에는 중첩, 선조망, 상대적 크기, 결 기울기 등이 있다. 중첩이란 물체가 여러 개 있을 때 앞에 있는 물체 때문에 뒤어 있는 물체의 일부분이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풍경화에서 길을 그릴 때 멀수록 좁게 그리는데 이것이 선조망이다. 또 같은 물체가 여러 개 있을 때 멀리 있는 물체는 작게 그린다. 상대적 크기가 깊이단서로 사용된 것이다. 또 보도블록으로 포장된 길처럼 같은 요소들이 배열되어 있는 경우, 멀수록 조밀하게 그리는데 거리에 따라 결 요소들의 크기가 달라지는 단서를 결 기울기라고 한다.
  움직임을 통해서도 거리에 관한 단서가 주어진다. 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을 보면 멀리 있는 물체일수록 상이 느리게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단서를 운동시차(motion parallax)라고 한다.

 

3. 운동지각
  어떤 물체가 움직이는지, 움직일 경우, 그 물체가 내게 다가오는지를 빨리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운동지각은 무엇을 단서로 일어나는 것일까? 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앞차가 급정거할 경우, 앞 차가 시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커진다. 그렇다면 망막에서 상이 이동하는지를 토대로 물체의 움직임을 판단하는 것일까? 망막에서의 상의 이동이 운동지각의 전부는 아니다. 앞의 예에서는 망막에서 상이 이동한 물체와 실제 움직인 물체가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두 개의 불빛이 적당한 시차를 두고 점멸하면 하나의 물체가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하는 가현운동(apparent movement)은 망막에서 상의 이동이 없어도 운동을 지각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는 반대로 망막에서 상이 움직여도 움직임을 지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약속장소에서 사람을 찾을 때 고개나 눈을 돌려 좌우로 두리번거린다. 당연히 주변 물체들의 상은 망막에서 이동하지만 주변의 물체가 움직였다고 지각하지는 않는다.
  이 예들은 망막에서 상이 이동했는지 여부가 운동지각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 대신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불빛들을 어떻게 조직화하는가, 물체들 간의 상대적인 이동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운동을 지각하거나 지각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운동지각에서도 조직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현운동이 잘 보여 준다. 공사장을 지나가다보면 나란히 놓여 있는 여러 개의 전구가 1/10초 정도의 시간 간격을 두고 왼쪽에 있는 전구부터 차례대로 켜졌다 꺼지는 것을 보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은 하나의 점이 화살표 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지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움직임이 없었는데도 하나의 불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므로 이런 운동을 가현운동이라고 한다. 가현운동은 점멸하는 전구들의 거리와 시간 간격이 적당해 하나의 물체로 조직화될 수 있을 때 나타난다. 가현운동은 영화의 기본 원리이다. 

 

지각항등성

  지각에서 매우 놀랄 만한 현상 중 하나는 물체와의 거리, 보는 사람의 위치, 조명 상태 등에 따라 감각기관에 주어지는 자극은 엄청나게 다른데도 사람들은 자극의 정체를 상당히 정확히 파악해 낸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지각항등성(perceptual cinstancy)이라고 한다. 지각항등성에는 조명 상태가 변하는 것에 상관없이 물건의 밝기를 같은 밝기로 지각하는 밝기항등성, 같은 색으로 지각하는 색채항등성, 거리에 상관없이 같은 크기로 지각하는 크기항등성, 보는 각도에 상관없이 같은 형태로 보는 형태항등성 등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항등적인 지각이 일어나는지 밝기항등성과 크기항등성에 대해 알아보자. 같은 물체라 하더라도 조명의 종류나 양에 따라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빛의 양은 달라진다. 그러나 조명이 달라져도 인접한 표면들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빛의 양의 비율은 비교적 일정하다. 따라서 밝기항등성은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빛의 양에 의해 밝기지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접한 표면들에서 반사되어 나온 빛의 양의 비율을 토대로 밝기지각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크기항등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망막에 맺힌 상의 크기는 물체의 크기와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망막 상의 크기와 거리를 알면 물체의 크기를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헬름홀츠는 망막의 상의 크기와 물체의 지각된 거리를 무의식적으로 고려해 물체의 크기를 지각한다고 제안하였다. 

  지각항등성 현상은 물체 표면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빛의 양이나 망막 상의 크기와 같은 한 가지 정보만 토대로 지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물체들 간 빛의 양의 비율, 망막의 상의 크기, 지각된 거리 같은 정보들을 동시에 고려해 지각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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