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탐지와 변별
우리는 어떤 자극이 주어졌는지, 그 자극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지각한다. 파란 불빛이 얼마나 밝은지, 옆집 개 짖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등을 잘 지각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은 정신물리학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절에서는 자극의 강도가 얼마 이상이어야 자극이 있다는 것을 탐지하는지, 두 자극의 강도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나야 강도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지 그리고 물리적인 강도와 느끼는 강도 사이에는 어떤 법칙성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1. 절대역과 신호탐지이론
매우 희미한 불빛을 비추거나 매우 약한 소리를 낼 경우, 그 자극을 알아챌 수 없다. 정신물리학에서는 자극이 있다는 것을 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강도를 그 자극의 절대역(absolute threshold)이라고 한다. 절대역은 자극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그럼 절대역보다 강도가 크면 항상 탐지될까? 옛날에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가상적인 실험을 해 보자. 어떤 사람에게는 한 방 앞에서는 그 방에 고양이가 숨어 있을 거라고 살짝 말해 주고 다른 방 앞에서는 방에 아무 것도 없다고 몰래 알려 준 다음, 조용한 방에 들여보냈다고 해 보자. 그리고 버튼을 주면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면 들고 간 버튼을 살짝 누르라고 시켜 보자. 아마도 첫 번째 방에서는 조그만 소리도 놓치지 않고 버튼을 누리지만 두 번째 방에서는 첫 번째 방보다는 큰 소리부터 버튼을 누를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두 방에 대해 반대로 알려 주면, 첫 번째 사람과는 반대로 행동할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이는 자극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자의 문제이다. 즉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가, 경험이 많은가 등에 따라 다른 판단 기준을 사용할 수 있다. 신호탐지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자극이 있는지 판단하는 경우, 자극의 강도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자가 어떤 판단 기준을 채택하는가의 영향도 받는다고 주장한다.
2. 차이역과 정신물리학 법칙
우리는 자극의 강도도 지각한다. 어느 도시락이 더 무거운지, 어느 벨소리가 더 큰지 등을 판단한다. 자극이 있는 것을 탐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강도를 절대역으로 상정했던 정신물리학자들은 두 자극이 다르다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강도의 차이를 차이역(difference threshold,JND)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두 자극의 강도의 차이가 차이역보다 크면 두 자극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그 차이가 차이역보다 작으면 같다고 판단한다고 가정하였다.
기준 자극이 200g이었을 때 차이 역이 10g이었다면 209g의 추는 200g의 추보다 무거운지 가벼운지 구분하지 못하지만 210g의 추는 200g의 추보다 무겁다고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기준자극을 400g으로 올리면 차이역은 10g이 아니라 20g이 된다. 이 예처럼 대부분의 범위에서 차이역의 크기는 기준자극의 일정 비율이 되는데 이 법칙성을 보고한 독일 학자의 이름을 따 베버의 법칙(Weber's law)이라고 부르고 그 비율을 베버 소수(Weber fraction)라고 한다. 절대역과 마찬가지로 판단하는 자극의 속성에 따라 베버 소수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극 강도의 조그만 차이가 생존에 직결되는 속성인 경우, 베버 소수가 작다.
독일의 정신물리학자 페히너(Fechner)는 차이역의 개념과 베버의 법칙을 토대로 자극의 물리적 강도와 지각하는 강도 간에는 대수(log)함수적인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스는 대수함수적인 관계가 아니라 지수함수(power function)적인 관계라고 주장하였다. 대수함수로는 전기 충격처럼 자극의 물리적 강도의 증가보다 지각된 강도의 증가가 큰 것을 서술할 수 없지만 지수함수에서는 이런 경우도 서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스티븐스는 죄의 경중 같은 사회적인 속성에도 지수함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