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일반적 특징
최근 일어났던 일보다 옛날 일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를 더 자주 경험하기 때문에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은 기억은 매우 빨리 사라진다는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서로 자기 기억이 옳다면서 다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는 걸 보면 우리가 회상하는 것은 정확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회상하는 것 중에는 부정확한 것도 많다. 심지어 없던 일을 회상해 내는 오기억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기억하고 회상하는지 알아보자.
기억에 관한 심리학 이론들의 특징은 기억과정을 정보처러 관점에서 설명하고 기억을 능동적인 처리로 본다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정보처리 관점이란 기억과정은 부호화, 파지, 인출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으며 이 단계의 특성이 다른 기억들이 있다고 보는 입장을 가리킨다. 우리가 일주일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회상해내려면 그 사건이 일어났던 시점에 그 사건이 기억에 입력되어야 하고 기억에 남아 있다가 필요할 때 인출되어야 한다. 기억 과정을 부호화, 파지, 인출의 세 단계로나눈면 기억과 관련된 현상들의 원인을 기억 과정의 특정 단계와 관련지을 수 있고 효과적인 기억 증진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쉬워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중년 이후의 기억력 감퇴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이유로 부호화가 잘 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주장이 옳다면 부호화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서 완화 방안을 찾아보는 게 효율적이다.
정보처리 관점에서는 지속 시간을 기준으로 기억을 감각저장, 단기기억 그리고 장기기억으로 나눈다. 감각저장은 매우 짧은 기간 동안 감각기관에 주어진 자극의 상태로 저장해두는 것이고 단기기억은 자극이 무엇인지 확인된 정보이지만 지속시간이 짧은 기억이고 장기기억은 지속시간이 긴 기억이다. 이들은 지속시간 외에도 부호화, 파지, 인출 단계에서의 특성도 다르다.
기억에 관한 이론들은 정보를 능동적으로 부호화한 결과가 저장되고 인출된다고 보는 경향이 많다. 사람의 기억이 녹음기나 비디오처럼 수동적인 것이라면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회상하거나 일어났다고 판단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오기억을 자주 보인다. 그리고 오기억으로 보고한 내용은 상식이나 맥락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지식 등을 활용하여 구성한 것을 회상해 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람들이 관련된 것을을 서로 연결시키는 정교화나 조직화를 하며 기억하는 것은 기억이 능동적인 처리 결과라는 것을 보영 주는 또 다른 예이다.
기억과정
기억을 감각저장,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누며 기억을 능동적인 처리 결과로 본다고 서술하였는데 이 세 가지 기억은 어떻게 부호화되고 파지되고 인출되는지 알아보자. 기억과정의 고전적인 모형인 앳킨슨과 쉬프린의 다단계 모형이 제시되었다.
감각저장은 감각기관에 주어진 자극 그대로 매우 짧은 기간동안 저장되어 있는 단계이다. 스펄링이 감각저장의 존재를 최초로 실험으로 입증하였다. 스펄링은 부분보고법이라는 실험절차를 고안하여 실험을 실시하였다. 부분보고란 제시하는 글자나 숫자들 중 일부분만 보고하게 하는 것인데 부분보고에서 회상한 개수를 토대로 추정해 기억한 추정치가 기억나는 글자나 숫자를 모두 보고하게 했을 때 회상한 글자 갯수보다 큰 현상은 글자나 숫자들을 보여 주고 1/4초 이내에 부분보고 인출단서가 제시될 때만 관찰되었다.
뒤이어 실시한 실험들에서 글자의 색깔과 같은 물리적 속성이 인출단서로 사용될 때는 이 결과가 관찰되었지만 글자 중에서 자음만 보고하라고 하면 이 결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과는 감각저장은 주어진 자극 그대로 매우 잠시만 지속되는 것임을 보여 준다.
청각에서도 감각저장이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였는데, 시각과는 달리 청각 감각저장은 길면 2초 정도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심리학자 나이서는 시각 감각저장을 영상기억, 청각 감각저장을 청상기억이라고 명명하였다.
1. 단기기억
감각기관에 수용된 자극 중 감각저장의 지속시간 내에 주의가 기울여져 정체가 확인된 자극만 단기기억으로 넘어간다. 단기기억은 지속시간이 짧은 기억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자각하는 것은 단기기억에 있는 내용일 것이라는 점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단기기억에 관심을 갖는다.
(1) 부호화와 파지
단기기억의 첫 번째 중요한 특징은 지속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관련이 없는 숫자나 단어를 들려 주고 나서 회상할 때까지의 지연시간을 달리해 가며 조금 전에 들려 준 것을 회상하게 해 단기기억의 지속시간을 측정하면 30초 정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연시간 동안 기억해야 할 숫자나 단어를 되뇔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는 정확한 지속시간을 알아내기는 어렵다.
지연시간 동안 되뇌기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피터슨은 지연시간 동안 삽입과제를 하는 실험 방안을 고안하였다. 이들은 기억해야 할 철자 세개를 들려주자마자 '328'과 같은 숫자를 하나 불러주고 그만하라고 할 떄까지 계속 3을 빼나가는 숫자 빼기 과제를 하게 하였다. 그러자 기억해 내는 철자 개수는 매우 빨리 줄어들었다. 지연시간이 10초를 넘어서면 세 개 중 한개 정도도 기억해 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단기기억의 지속시간을 4~6초 정도로 매우 짧게 추정하기도 한다.
단기기억의 두 번째 중요한 특징은 용향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난수표에서 숫자를 뽑아 몇 개를 들려 준 다음, 들려준 순서대로 회상하게 하면 사람들은 7개 정도 회상할 수 있다. 낱자를 기억하게 하면 일곱 낱자 정도 기억한다. 그런데 단어를 기억하게 하면 일곱 단어 정도 기억한다. 숫자 일곱 개, 철자 일곱 개, 단어 일곱 개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단기기억 용량이 일곱 단위 정도라는 것을 알려 준다. 이것이 조지 밀러의 "마법의 수 7±2"이다.
위의 예에서 기억해 낸 철자 수를 계산해 보면 낱자보다 단어일 때 훨씬 많다. 철자들의 조합이 아니라 한 개의 단어로 부호화하는 것처럼 지식 등을 이용해 더 큰 단위로 부호화하는 것을 청킹(chunking)이라고 한다. 청킹을 하면 단기기억의 용량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
(2) 인출
숫자들을 불러주고 불러준 순서대로 말하라고 하면 단기기억을 인출하는 것인데 그 숫자들이 한꺼번에 모두 기억되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개가 모두 인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스턴버그는 기억탐사 실험을 실시해 보여 주었다. 숫자를 사용한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스턴버그는 5, 8, 2처럼 숫자를 몇 개 알려 준 다음, 화면에 숫자를 하나 보여 주면서 그 숫자가 기억하라고 알려 준 수사였는지 답하게 하였다. 이 판단을 하려면 화면에 보여준 숫자를 기억해야 하는 숫자드로가 비교해야 하는데 기억해야 하는 숫자 개수에 비례해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기억해야 하는 숫자가 한 개 늘어나면 0.04초 정도 더 걸렸다. 단기기억에서는 하나씩 인출하는 처리인 계열처리가 일어나는 것 처럼 보인다.
(3) 망각
피터슨의 실험에서 숫자 빼기를 10초만 하게 해도 기억해야 하는 철자 세 개 중 한 개도 기억해 내지 못하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단기기억 용량이 매우 적다 보니 그 전에 단기기억에 들어온 철자들이 최근 단기기억에 들어온 숫자들로 대체되었다고 보는 입장이 일반적이다. 또 단기기억에 여러 정보가 있다 보니 단기기억에 있는 다른 정보의 간섭을 받아 인출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4) 작입기억
단기기억이 자각이나 의식과 관련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대화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인지 처리도 단기기억에서 일어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단기기억이라는 용어는 저장된 정보라는 측면이 부각되기 때문에 대화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처리라는 측면이 덜 드러난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보를 처리한다는 측면이 부각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작업기억이라는 용어는 배들리에 의해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배들리와 동료는 "원이 사각형 위에 있다"와 같은 문장과 그림을 보여 주고 문장과 그림의 내용이 같은지 다른지 판단하게 하였다. 물론 이 문장의 내용과 일치하는 그림을 보여 주기도 했고 문장의 내용과 반대되는 그림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 실험에서는 "원이 사각형 위에 있다", "원이 사각형 아래에 있지 않다", "사각형이 원 위에 있지 않다"와 같이 여러 형태의 문장을 사용하여 문장을 이해하기 쉬운 정도를 조작하였다. 문장과 그림이 같은 내용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시간은 이해하기 쉬운 문장일 때 짧았다. 아울러 이 실험에서는 문장과 그림이 같은지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숫자들을 기억해야 하는 숫자기억 과제를 함께 실시하였다. 사람드르이 예상과는 달리 문장과 그림이 같은지 다른지 판단하는 시간은 기억해야 하는 숫자 개수가 늘어나 저장 부담이 큰 경우와 기억해야하는 숫자가 적어 저장 부담이 적은 경우 간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리와 저장이 간은 요소를 사용한다면 기억해야 할 숫자가 많아지면 시간이 더 걸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문장을 이해하고 그림과 비교하는 처리와 숫자를 기억하는 저장은 별개라는 것을 보여 준다.
배들리는 이런 결과들을 토대로 중앙집행기, 음운루프, 시 · 공간잡기장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작업기억 모형을 제안하였다. 작업기억 모형에서는 저장과 처리를 구분하는데 정보의 통합이나 주의 배분과 같은 처리는 중앙집행기에서 일어나고 언어정보와 시 · 공간정보는 각기 음운루프와 시 · 공간잡기장에서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것으로 보았다. 저장소를 음운루프와 시 · 공간잡기장 둘로 나눈 것은 언어정보와 시 · 공간정보가 독립적으로 처리되고 저장되기 때문이었다.
작업기억은 용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과 하나의 과제는 언어 작업기억을 사용하고 다른 과제는 시 · 공간 작업기억을 사용할 경우는 하나의 과제만 할 때보다 수행에 저하가 없다는 점은 멀티미디어 교재가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거나 예측할 때 중요한 원리로 사용될 수 있다.
또 작업기억 용량이 크면 인지과제의 수행이 좋다는 ㅇ녀구 결과들은 작업기억이 처리와 관련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데인만과 카핀터의 연구에서 작업기억 용량이 큰 대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보다 글의 이해 점수가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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